Wednesday, April 30, 2008

Last day of April 08

*드디어 이번 학기 중국어 마지막 시험을 끝냈다. Advanced Chinese였는지라 배우는 것들의 수준도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다른 공부와는 또 다른 류의 고통이 아니던가. 매일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그야말로 왕도가 없는 언어 익히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선생님은 학생들을 달달달 볶았다. 그게 최고의 방법이니 선생님을 탓할 일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그 많은 시험과 숙제를 채점해 준 선생님에게 고마울 뿐. 약 50번의 수업 중 퀴즈가 16개, 큰 시험이 4개, 구두 시험이 2개, 짧은 수필 30개 쓰기, 책 숙제 4개, 그룹 발표 1번, 그리고 토론하기 4 번.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학기에 친구들이 나더러 "뭐해"라고 물으면 내 대답이 거의 틀림없이 "내일 중국어 시험 볼 것 공부해"였다. 어쨌든 고생이 약간의 빛을 발해 넉 달 전보다 중국어 실력이 팍 늘었다. 이제 시험은 다 끝났고 마지막으로 수필 10개만(!!) 더 쓰면 된다. 내일까지 다 해서 내야지.

5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약 석 달을 머무를 예정인데 부디 중국어 실력이 팍팍 늘길 바래본다. 그나저나 북경 올림픽 때문에 서울에서 치고 받고 난리가 났었나본데 중국은 희한한 나라다. 티벳의 독립 문제는 이것저것 많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이다 보니 나이브하게 "티벳을 독립시켜라!"만이 대수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치고 받다니 기가 막힌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번 치고 받아주고 아르헨티나는 철통 경비 속에 또 비난 여론 속에 무사히 넘어가더니 한국에서는 다시 치고 받고. 내 중국 친구들은 메신저 이름들을 몽땅 "하트모양 China"로 바꾸고.

그 와중에 달라이 라마가 얼마 전에 시애틀 왔을 때 인터뷰를 들은 나는 참말로 실망하고. 워낙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진 까닭에 내가 지나친 기대를 했던 것일까. 솔직히 객관적으로 그의 인터뷰는 전혀 정신적 지도자의 인터뷰 같지 않았다. 티벳에서 그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엄청난 것이 기정 사실인데도 완전히 남의 집 불구경하듯 말하는 태도가 나에게는 무책임하게 보였다. 왜냐. 남의 집 불구경하는 게 아닌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겉으로 말을 그리 하며 나 몰라라 나는 아무 영향력이 없어요만 강조하는 게 무책임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제는 오랜만에 된장에 무친 나물이 먹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시금치 한 단을 사다가 살짝 데친 후 나물을 만들었다. 뭘 섞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대충 양념을 만들었다. 엄마가 보내준 막장과 들기름 (들기름도 소포로 보내는 우리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간장 약간 그리고 다진 마늘을 넣고 마지막에 깨소금을 뿌려 마무리. 깊은 맛 내지는 내가 기대하던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봄맞이 나물로 꽤 괜찮았다. 냠냠.

<오늘 저녁 메뉴>

-검은 쌀을 섞은 밥: 검은 쌀도 엄마가 얼마 전에 한 줌 보내주심

-그저께 만든 닭수프: 감기 기운이 있어서 미국애들 방법을 또 다시 따라해 봄. 당근과 샐러리, 레몬즙, 다진 마늘과 소금, 후추.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음. 미국표 닭죽이라고나 할까.

-오이지와 깻잎: 이것도 엄마가 얼마 전에 공수. 내 평생 우리 엄마표 오이지보다 맛있는 오이지는 먹어본 적이 없다. 서울 가면 꼭 배우고 말테야.

-김: 이것도 엄마가 보내주심. 김 이름이 무진장 긴데 생각이 안난다. 현미유로 구워서 바삭바삭 맛있는 김? 뭐 이런 거다. 요즘은 이름들이 희한하게 긴 게 많은 것 같다. 김과 깻잎을 같이 먹는 게 좀 이상한가. 뭐 어때. 맛있는데.

-파만 넣은 계란말이: 파는 한번 사서 왕창 다져 얼려놓기 때문에 파만 넣은 계란말이는 내가 가장 즐겨 먹는 반찬 중 하나. 이보다 쉬운 것이 또 있을까. 물론 돌돌 말다가 실패해서 열받아서 휙휙 마구 저어 스크램블을 만들어 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ㅎㅎ

-어제 만든 시금치 된장무침

이 정도면 훌륭한 저녁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저녁에는 아냐네 집에 가서 카레를 만들기 시범을 보였다. 내가 지난 학기에 카레를 만들어 그녀를 초대했는데 한국식 내지는 일본식 카레를 처음 먹어본 아냐가 맛있다고 자기도 카레 블럭을 샀다. 그런데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아냐는 처음 시도해 보는 음식에 자신이 없다고 해 나를 특별 초빙했다. 으흐흐. 카레만큼 쉬운 음식이 어디 있나. 당근, 양파, 감자, 버섯, 샐러리, 닭가슴살 모두 오목오목 썰어주고 닭가슴살과 양파 먼저 버터 넣어 달달 볶은 후 나머지 다 넣고 볶다가 물 자작하게 붓고 뚜껑 덮고 15분 가량 기다린 후에 불 끄고 카레 넣어 녹여준 후 다시 조금 기다리면 끝!

다 써놓고 보니, 오늘이 시험인데 나는 어제 시금치 사다가 나물 만들고 아냐네 집에 가서 카레도 만들고. 완전 여유 만땅을 부리는 것을 보니 시험의 고수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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