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4, 2008

March 4th, 2008

*어제 카일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탠포드 있을 적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카일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1년 간 현지조사를 마치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녀. 이래저래 수다를 떨다가 우리와 함께 대학원을 시작한 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앤은 시작은 우리와 같이 하였으나 다른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상태여서 우리 동기들보다 여러 모로 앞선 상태였다. 유학온 이후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앤도 그 중 하나이다. 그녀의 연구실은 내 연구실 맞은 편에 있었는데 아침에 비교적 일찍 나가던 나보다도 더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앤이었다. 앤은 스탠포드로 옮긴 지 1년 정도 지나 결혼을 했고 그 다음 해에는 버클리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남편이 산호세에 있는 대학에 취직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 없이 일하곤 했던 앤은 전형적인 그야말로 당당한 여성이었다. 부당한 일을 겪으면 절대 가만 있지 않고 전투적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서 항상 나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 앤이 작년에 예쁜 딸을 낳았고 학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금액의 연구기금을 따내서 스탠포드에 고대DNA 실험실을 만들었다.

그렇잖아도 여러 가지로 존경스럽고 부러운 앤이 글쎄 얼마 전에 드디어 박사 논문을 완성한 것도 모자라 그 유명한 학술잡지 "싸이언스"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실었단다! 축하축하 또 축하할 일이다! 카일리랑 나랑 둘다 너무 부러워하면서 신세 한탄 시작. 우리는 이게 뭐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일리 또한 보통이 아니다. 윽. 분발해야해!

*아침에 학교에 와 보니 반가운 선물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사진 찍는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인 R언니가 멀리멀리 싱가폴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뽑아서 보내주었다. 그것도 진짜 좋은 종이에 현상 자체도 예술작품처럼 해서. 내 원래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언니의 작품은 참 놀라울 만큼 아름답다. 어떤 액자에 어떻게 담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마워요 언니!

*<북경자전거>라는 중국의 독립영화를 한 편 봤다. 하도 그 영화 좋다고 하길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는데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용은 어쩌면 그리 우울하며 아무리 저예산이라고 해도 좀 심했다 싶었고 설정이 괜찮았기에 얼마든지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남았다. 중국어 수업 시간에 또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기가 막히게 재미가 없다. 중국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를 감상하는 능력이 떨어지나보다.

*아싸리~다음 주면 봄방학이다!

2 comments:

Psyched said...

뭐? 딸낳고, 저널에 퍼블리쉬는 물론이요 랩까지 운영하고 있다규? 딱 내 이상향인데?!! 혹시 그친구 이상하게 생겼다거나 성질이 거지같거나, 친구가 하나도 없거나 그렇지는 않구?

hedgehog said...

*곰팅~빠리 여행기는 잘 보았다네. 부러워 부러워. 순빵이는 잘 크고 있고? ^^ 아쉽게도 그 친구는 예쁘고 스타일리쉬하고 성질도 나쁘지 않아. 게다가 친구도 많어 ㅎㅎ 너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