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1, 2008

My favorites

-썰렁한 홈피에 들어올 때마다 귀여운 나의 조카 서연이 사진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기 조카가 제일로 예쁘듯이 나도 우리 서연이가 제일로 예쁘고 귀엽다. 서연이가 처음 걷던 때, 서연이가 말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서연이랑 처음으로 대화가 된다고 느꼈을 때--이 모든 때가 생생한데 이제 곧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서연이가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예선 참가자 1만 명을 뚫고 본선 출전자 178명을 또 다시 뚫고 초등학생을 통틀어 대상을 받았단다. 대강당에서 수백명이 앉아서 지켜보는데도 떨지도 않는 신기한 아이. 장학금도 제법 큰 액수를 받아왔다니 참말로 신통방통할 일이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해도 도토리 키재기겠지 했는데 작년에 서울 가서 서연이에게 영어를 시켜보니 얼마나 잘하는지 놀라웠다. 아무튼 자랑스런 최서연 양이 국민일보에도 실리고 급기야는 우먼센스 잡지에도 나왔단다. 위의 사진은 국민일보에서 가져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날의 할 일들을 굳이 적어두지 않아도 기억을 착착 해 내곤 했는데 이제는 할일이 지나치게 많아지기도 했고 머리가 나빠진 것 같기도 하고 해서...조금 후에 해야 하는 일조차도 기억하기가 힘들다. 이거 원.

-나같이 연구기금이 넉넉치 않은 학문 분야에 종사하다보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얼마나 연구비를 잘 따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훗날 직업을 찾을 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조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될 수 있으면 많은 연구비를 타는 것이 대학원생 때부터 중요하다. 내 비록 아직 주요 출판 논문은 없지만 지금까지 연구비 받아내기에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특히 얼마 전에는 그 유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우리 팀의 산동성 연구를 지원해 주겠노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기쁨도 따라주었다. 운이 좋아 멋진 화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도 실어준단다.

며칠 전에 또 하나의 연구기금을 신청했다. 부디 이번 연구비도 나에게 오는 행운이 따라 줬으면 좋겠다. 어제는 3월 중순이 마감인 또 하나의 연구기금을 발견했다. 이것도 한번 지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정신이 없다. 예전에는 연구비 신청하는 게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이것도 조금씩 재밌어지고 있다. 단지 돈을 받고 못 받고를 떠나서 왜 내 연구가 중요한지, 왜 나에게 돈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쓰는 것이다 보니 마치 내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구비 혹은 장학금이 나에게 돌아올 때의 기분은 정말 좋다.

-연구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이다. 그동안은 연구 성과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논문을 낼래야 낼 수가 없었는데 이제 서서히 자료가 모이면서 논문을 쓸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런 논문은 사실 쓰나마나이다. 논문을 싣기가 얼마나 까다로운가에 따라서 학술지의 수준이 결정된다. 일단 논문을 쓴 후에 원하는 학술지에 보내면 그 학술잡지의 편집자들이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여겨지는 사람들 서너 명에게 접수된 논문을 보낸다.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원고를 읽어보고 과연 출판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서 편집자에게 돌려 보낸다. 이 과정은 거의 대부분 익명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피어 리뷰(peer review)라고 부른다. 이 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피어 리뷰를 통과하면 학술지에 내 논문이 실리는 것이고 통과를 못하면 아쉽게도 탈락! 그리하여 피어 리뷰가 없는 학술지에는 논문을 내나 마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나의 학문 이력서에는 "피어 리뷰 저널에 실린 논문"이라고 해서 적어야 한다. 내가 만든 저널에 내가 논문을 싣고 그것을 마치 중요한 업적인 냥 주루룩 나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그리 큰 파장을 불러왔던 것도 그것이 피어 리뷰 과정조차 보란 듯이 통과하고 저널에 실렸기 때문이다.

올해 나의 목표는 피어 리뷰 저널에 논문을 최소한 두 개 내는 것이다. 어찌어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우리 학계에서 가장 좋은 저널이라고 불리는 저널 두 군데에 논문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피어 리뷰가 황당하게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그리하여 할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경쟁심리와 성취감 같은 것들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해 볼만 하다는 의욕이 생긴다.

-요즘은 하루종일 인류학과 고고학만 생각하고 산다.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

4 comments:

Unknown said...

J양. 축하해줘야할 일들이 많군요! 조카의 영어대회 1등도, 연구비를 잘 따내는 것도, 무엇보다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도 모두 정말로 축하합니다. 이렇게 훌륭하니 J양은 부담스러워하는 타이틀이지만 '존경하는'을 안 붙이기가 힘들군요.^^

마지막 문장 '요즘은 하루종일 인류학과 고고학만 생각하고 산다.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 '을 보니 질투가 날 정도입니다.

나도 햇병아리 수준이지만 공부를 다시 하면서 종종 '오호라. 이런 게 있었어. 재밌는 걸'이란 생각은 하지만. J양처럼 하루종일 공부 생각만 할 정도로 영특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해서 안타깝게 보내는 날들이 많기 때문이죠.

특히 '인류학과 고고학만 생각한다'는 문장을 보니 우리 옆집에 사는 Bastian이라는 독일 친구가 떠올라요. 우리 와이프가 독일어가 능통하고 또 이 친구네도 Lutz라는 20개월 정도 된 아기가 있고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Bastian은 archeometallogy인가 하는 '메탈'의 고고학으로 UCL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거덩. Bastian은 원래 독일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장장이(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주물공'이라도 한다고 하고 영어로는 art founder라고 하나봐)로 한참 일을 하다가 아예 archemetallogy인지 이름도 어려운 학문까지 하게됐다는데,

나중에 영국에 오면 꼭 소개해줄께^^ 아래는 그의 홈페이지.

http://www.archaeometallurgie.de/impressum/bastian.en.html

간단히 안부만 남기려다가 또 주특기인 '주저리주저리'로 빠지고 말았는데. 즐거운 주말 되시고 화이팅! 글구. 프로퍼절 잘 쓰셨으면 나한테 보내주기로 한 것도 얼릉 보내주세요^^..

Psyched said...

조카가 어쩜 너랑 똑같이 생겼네~! ㅋㅋㅋ 신기하다. 공부까지 잘한다니 좋겠다~ 그래 올해에는 논문출판을 해보자! 더이상 뭉겔수만은 없다..!

Anonymous said...

조카가 정말 주현씨랑 닮았어요. ^^
전 처음에 주현씨 어렸을 때 사진인가 했네요. 해리포터 안경까지. ^^

글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프로포절 쓰는 걸로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달랬다고 하더라구요.
프로포절도 쓰다보면 재미있다고.. ^^

하는 일을 즐기는 주현씨 보기 좋아요.

거기도 떡을 파는지 모르지만,
떡국이라도 끓여서 드시면서
공부하세요~~

hedgehog said...

*재윤 오빠-진짜 축하 받을 일은 우리 조카 상 받은 것 뿐이랍니다. 바스티안이라는 친구는 재미난 고고학을 하네요. 메탈의 고고학이라...저는 돌멩이의 고고학을 하기에 메탈이 훨씬 멋지게 들리는군요.

아..그리고 프로포절. 보내드리는 건 문제가 아닌데 이번 거는 너무 짧아서. 왜 나에게 돈을 줘야 하는가--ㅎㅎ 이 부분 보내드릴게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곰팅-왜 이러셔요. 학부 논문마저도 저명한 저널에 출판한 그대가! 어쨌든 올해를 화려하게 보내보자고~^^

*언니-흐흐. 우리 서연이랑 저랑 정말 닮았나요? 신기신기~언니 아는 분 말대로 아무래도 저 역시 프로포절을 즐기고 있나보네요. 언니는 싱가폴의 설을 어떻게 쇠실 예정이신지요? 맛있는 떡국 우리 둘 다 끓여 먹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