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1, 2008

Oyster sauce & Red wine

-중국 남쪽 광동성 지방 요리에 특히 많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굴소스이다. 미국에 와서 요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마다 굴소스를 넣으면 음식이 맛있어진다길래 나도 한 번 사 봤다. 역시나 명성대로 맛있었다. 특히나 굴소스에 백포도주를 곁들여 버섯 파스타를 만들면 환상의 맛이 났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2005년 어느날부터 굴소스를 먹으면 바로 머리 뒷쪽이 심하게 당기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설마 무슨 굴소스 때문에 머리가 아파'하면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굴소스가 들어간 줄 모르고 먹었던 음식도 먹고 나면 머리가 아파왔다. 이게 흔히 말하는 그런 두통은 아니고 그야말로 뒷골에서부터 목까지 싸하게 당기는 그런 류의 두통이다. 얼마 전에 아냐가 무슨 요리를 해 와서 나눠줬는데 먹고 나서 바로 그런 싸한 두통이 오는 것이었다. 여기 혹시 굴소스 들어갔냐고 물었더니 아냐가 제일로 좋아하는 소스가 굴소스여서 당연히 넣었다고 했다. 역시나 그 희한한 두통은 굴소스로부터 오는 것이 틀림 없었다.

-나에게 두통을 주는 또 하나의 먹거리가 있으니 바로 적포도주이다. 웬만해서는 술을 마시고 머리가 아픈 사람이 아닌데 적포도주만큼은 한 잔 넘게 마시면 머리가 띵하게 아프곤 했다. 그래서 우아하게 와인이나 한 잔 하는 것을 아쉽게도 하지 못한다.

-얼마 전에 랩미팅 시간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니나 선생님께서 나의 증상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셨다. 평소에 식재료 및 요리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지신 니나 선생님. 게다가 홍콩에 10년 넘게 사셨기 때문에 굴소스에 대해서도 참 잘 아시는 선생님. 이런 류의 증상이 나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란다. 전통 굴소스는 그야말로 굴로 만든 소스인데 시중에 시판되는 것들은 대개가 약간의 굴소스 혹은 굴맛 소스 (잘 보면 "oyster-flavoured sauce"라고 적힌 것도 많다)에다가 기타 등등을 첨가한 것이란다. 그 기타 등등 중 하나가 니코 어쩌고 하는 성분인데 이것이 바로 적포도주에도 그 색을 보존하기 위해 똑같이 들어간단다. 바로 이 니코 어쩌고가 몸에 그다지 좋은 성분은 아닌데 나처럼 니코 어쩌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니코 어쩌고 때문에 나타나는 두통은 특히 나이가 들면서 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거나 더 심해진다고 한다. 으악! 나도 늙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무엇이든 잘 먹으면 좋겠지만 진짜로 머리가 아픈 것을 어떡한담. 안 먹는 수 밖에.

-여름 계획을 다 세웠다. 올 여름에는 산동성에서 한 달 운남성에서 두 달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 운남성에서의 일정은 작년과 달리 발굴 없이 나 혼자 자료 수집을 마쳐야 하는 따분한 일이기 때문에 그 때가 심적으로 견뎌내기 힘든 기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디 이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자료 수집 모두 마쳐서 하루 빨리 졸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일주일 간의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학교 안 가고 집에 있으니 좋군. 다다음 주에 밴쿠버에서 있을 심포지엄 준비하느라 정신 없다.

Saturday, March 8, 2008

Coupon & Sale



-미국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쿠폰과 세일의 문화였다. 한국에도 물론 쿠폰이 있고 깜짝세일이 있지만 미국만큼 그 빈도가 잦지도 않고 파격 세일이 많지도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얼 하나 사려고 해도 일단 인터넷에서 쿠폰을 뒤지기 시작하는 버릇이 생겼다. 마치 쿠폰을 찾아내지 못하면 괜히 돈 더 주고 산 것 같은 억울함까지 드니 미국은 진정한 쿠폰의 나라이다.

*지난 여름에 엄마 아빠가 미국에 오셨을 때의 일이다. 마침 작년이 엄마 아빠의 결혼 30주년이었기에 동생과 나는 돈을 모아 괜찮은 트렁크를 선물해 드리기로 했다. 가게에 가서 트렁크를 고른 후에 내가 돈을 냈는데 돈을 내면서 "부모님께 결혼 30주년 선물 사 드리는 거에요"라고 말했더니 그 점원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착한 딸이네요" 하더니 보너스라면서 10퍼센트를 할인해 주었다. 이게 웬 떡인가! 그 날 나는 학교로 돌아가고 엄마 아빠 두 분이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셨는데 가방 점원에게서 힌트를 얻은 우리 아빠. 백화점 직원에게 할인쿠폰 같은 거 없냐고 물으셨단다. 그 덕분에 며칠동안 모든 물건을 할인 받을 수 있는 여행객 쿠폰을 받아 그렇잖아도 즐거운 쇼핑을 더더욱 즐거운 쇼핑으로 만드셨다.

*며칠 전에 일회용 콘택트 렌즈를 주문했다. 30개 들어있는 한 박스를 인터넷을 통해 싸게 사면 하나에 18불 정도 주면 된다. 그런데 안과에서 자기네를 통해 주문하면 무슨 특별할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귀가 솔깃해졌다. 한 박스에 원래는 21불인데 그걸 6 박스 이상 사면 25퍼센트를 일단 할인해 주고 그 다음에 특별 어쩌구 저쩌구로 55불을 그 자리에서 깎아준 다음에 또 특별 어쩌구 저쩌구 기간이어서 할인을 더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년치 24박스를 샀는데 인터넷으로 사면 432불을 줬을 것을 쿠폰에 할인을 더해 248불에 샀다! 결국 한 박스에 10불 정도 준 셈이니 이런 파격 할인이 또 어디 있을까.

*가끔씩 인터넷 쇼핑으로 옷을 사곤 한다. 내 사랑 제이크루닷컴에 들어가서 세일 코너를 돌아보다가 파격 세일 블라우스를 발견했다. 색도 예쁘고 디자인도 괜찮아서 장바구니에 담아주고 빨간 색 티셔츠도 맘에 드는 게 있어서 그것도 하나 더했다. 그랬더니 배송비가 8불 정도 붙었다. 혹시나 해서 구글에 가서 '제이크루 쿠폰'을 검색했더니 무료 배송 쿠폰이 있었다. 그 쿠폰에 나와 있는 번호를 넣었더니 바로 8불이 0불로 바뀌었다. 결국 배송비 무료!

*예전에 엔진오일을 갈기 위해 펩보이즈에 갔다. 차 상태를 총점검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 달라고 하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차 상태를 점검해 주는 패키지가 비싸네요. 혹시 이 패키지 사면 쿠폰이나 이런 거 안 주나요?" 그랬더니 이 직원이 "오케이! 다음에 오면 엔진 오일 공짜로 갈아주는 쿠폰 줄게요." 물어보는 그 순간은 늘 스스로 좀 구질구질하고 치사하게 느껴지지만 이렇게 필요한 쿠폰을 받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물어봐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은가!

*건강을 위해 특별한 것을 챙기지는 않지만 종합 비타민은 그래도 꾸준히 먹고 있다. GNC에 비타민을 사러 갔는데 얼마를 내면 일년동안 골드회원이 되어서 모든 물건을 20퍼센트 할인해 준다고 했다. 계산을 해보니 그날 당장 회원가입비를 내도 그보다 더 큰 금액을 할인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회원 가입을 했다. 그날 GNC에 가기 전에도 혹시나 해서 구글에서 'GNC 쿠폰'을 검색해서 5불 할인 쿠폰을 받아둔 상태였다. 그리하여 또 파격가로 비타민 구입!

*세일은 또 어떤가. 얼마 전에 우리 동네 하나뿐인 쇼핑몰에 있는 메이시스에 갔더니 구두 파격세일이 진행 중이었다. 몇 달 전에 보았던 예쁜 구두들이 있었는데 80불짜리가 19불 99가 되어 있었다. 이게 또 웬 땡인가. 아싸리! 난생 처음 빨간 구두도 한 켤레 사고 편한 단화 한 켤레도 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얼 사러 가든지 간에 쿠폰을 일단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쿠폰을 가지고 가서 할인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하지만 때로는 이게 귀찮기도 하고 쿠폰 없이 물건을 사려면 꼭 바가지를 쓴 것 같은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쿠폰을 잘 찾으면 꽤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검색하고 볼 일이다. 나는 아직까지 "양파 2개 값으로 양파 3개 사세요" 이런 식료품 쿠폰은 잘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다. 혼자 살다보니 양파 2개도 3개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식재료를 워낙 조금 사다 보니까 어딜 가서 사든지 가격차이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은 쿠폰의 나라이고 세일의 나라이다 보니 좋든 싫든 앞으로도 이곳에 사는 한 열심히 뒤지고 오리고 모으는 인생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Tuesday, March 4, 2008

March 4th, 2008

*어제 카일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탠포드 있을 적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카일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1년 간 현지조사를 마치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녀. 이래저래 수다를 떨다가 우리와 함께 대학원을 시작한 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앤은 시작은 우리와 같이 하였으나 다른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상태여서 우리 동기들보다 여러 모로 앞선 상태였다. 유학온 이후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앤도 그 중 하나이다. 그녀의 연구실은 내 연구실 맞은 편에 있었는데 아침에 비교적 일찍 나가던 나보다도 더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앤이었다. 앤은 스탠포드로 옮긴 지 1년 정도 지나 결혼을 했고 그 다음 해에는 버클리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남편이 산호세에 있는 대학에 취직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 없이 일하곤 했던 앤은 전형적인 그야말로 당당한 여성이었다. 부당한 일을 겪으면 절대 가만 있지 않고 전투적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서 항상 나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 앤이 작년에 예쁜 딸을 낳았고 학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금액의 연구기금을 따내서 스탠포드에 고대DNA 실험실을 만들었다.

그렇잖아도 여러 가지로 존경스럽고 부러운 앤이 글쎄 얼마 전에 드디어 박사 논문을 완성한 것도 모자라 그 유명한 학술잡지 "싸이언스"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실었단다! 축하축하 또 축하할 일이다! 카일리랑 나랑 둘다 너무 부러워하면서 신세 한탄 시작. 우리는 이게 뭐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일리 또한 보통이 아니다. 윽. 분발해야해!

*아침에 학교에 와 보니 반가운 선물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사진 찍는 솜씨가 그야말로 예술인 R언니가 멀리멀리 싱가폴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뽑아서 보내주었다. 그것도 진짜 좋은 종이에 현상 자체도 예술작품처럼 해서. 내 원래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언니의 작품은 참 놀라울 만큼 아름답다. 어떤 액자에 어떻게 담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마워요 언니!

*<북경자전거>라는 중국의 독립영화를 한 편 봤다. 하도 그 영화 좋다고 하길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는데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용은 어쩌면 그리 우울하며 아무리 저예산이라고 해도 좀 심했다 싶었고 설정이 괜찮았기에 얼마든지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남았다. 중국어 수업 시간에 또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기가 막히게 재미가 없다. 중국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영화를 감상하는 능력이 떨어지나보다.

*아싸리~다음 주면 봄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