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1, 2008

The first day of 2008

*즐거워도 슬퍼도 행복해도 괴로워도 시간은 언제나 잘 간다. 벌써 2007년이 과거가 되었다. 지난 몇 년 간은 어떻게 산 건지 도대체 2007년 내내 '올해가 2006년인가 2007년인가' 하고 헷갈리는 바람에 항상 달력을 들고 다녔다. 좀 이상할 정도로 2007년은 마치 내게 존재하지 않는 해 같았다. 지금도 여기 쓰면서 순간 2006년인가 하고 생각이 들 정도니...왜 이러지?

*올해는 여느 때보다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학기가 끝난 후의 조용함을 틈타 드디어 책 원고를 완전히 마무리했다. 출판사 측에서 일러스트레이션도 끝냈기에 이제는 출판되는 일만 남았다. 학기 중에는 이것저것 아무래도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진득하게 논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기간 동안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은 슬슬 다시 요리에 발동이 걸리고 있다. 그대신 요리하고 나서 사진찍기에는 관심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 귀찮은게야. 흐흐.

-고기 국물을 하루 전에 진하게 낸 후에 고기를 쪽쪽 찢어서 맛나게 양념해 주고 만두와 함께 퐁당퐁당 넣으면 만두국 완성. 지단을 부쳐볼까 하다가 혼자서 지단까지 얹어 먹는 것은 약간의 싸이코 기질이 보이는 행동이라고 결론을 내려 그냥 계란을 하나 휘리릭 풀어줬다. 내가 끓였지만 맛있었다.

-지난 학기 최고의 애용식, 파스타 샐러드. 삼색 파스타를 사서 강낭콩, 삼색 피망, 보라색 양파와 버물버물 해 준다. 파스타가 질리면 똑같은 야채에다가 (그때그때 냉장고에 남은 야채 추가) 뜨거운 밥을 넣고 치즈를 뿌려준다. 그러면 마치 도리아 같은 밥 요리가 된다. 피망이나 양파 같은 것들은 비교적 오래 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왕창 썰어놓고 이래저래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오믈렛이 먹고 싶은 아침에는 이 재료들에 달걀과 우유만 섞어주면 되니 이래저래 요즘은 피망의 여왕이 되었다. 빨간색이나 주황색 노랑색 피망은 녹색 피망의 두 배 가격인 것이 단점이다.

-피망이 남았다--할 경우에는 stuffed pepper를 만들어봐도 좋다. 피망을 윗꼭지 부분만 떼어내고 안 쪽의 씨를 잘 제거해 주고 깨끗이 비운다. 이 때 초보의 경우 피망을 다 부수어 버리는 실수를 범하기 쉬우니 조심할 것. 참고로 난 아직도 초보여서 맨날 절반은 우두둑 찢어진다. 간 쇠고기에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야채를 송송 썰어서 다 섞어준다. 소금 후추 베이즐 등등을 막 뿌려준다. 밥이 남았으면 밥도 섞어도 괜찮다. 아무 것도 없으면 소고기에 양파만 넣어도 괜찮다. 암튼 무엇이 되었든 간에 준비된 속을 피망 속에 쑤셔 넣는다. 이 때 초보의 경우 또 피망을 찢는 우를 범하기 쉬우니 조심할 것. 이렇게 가득 채운 피망을 오븐에 넣어도 되고 찜통에 넣고 쪄도 된다. 단, 찜통에 넣을 경우 아차 하는 시간을 넘기게 되면 녹색 피망이 흐물흐물해 지면 색이 흐리멍텅하게 변해버리니 그 순간을 잘 포착할 것.

-Y언니의 홈피에서 간단 티라미수 레시피를 보고 아주 오랜만에 밥이 아닌 것을 만들어 보았다. 레이디 핑거라는 이태리식 작은 빵을 커피에 살짝 적신 후 티라미수 반죽(이태리 크림치즈+설탕+생크림)과 번갈아 가며 쌓아준다. 냉장고에 몇 시간 넣어둔 후 먹기 직전에 설탕 안 들어간 코코아 가루를 솔솔 뿌려준다. 언니 말대로 초간단 초맛있음 이었다. 문제는 너무 많이 만들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날도 먹어야 했다는 것.

*아래 글을 보신 우리 엄마 왈. "얘, 우산 말고 다른 것들도 같이 줬는데 우산만 기억하니!" 흠. 우산 밖에 기억이 안 나는 걸 어쩝니까! ㅎㅎ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을 조금 전에 읽었다. 섬뜩하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고 너무 사실적이기도 한 특이한 중편 소설이었다. 재미난 것은 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수상소감에는 늘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이다. 마치 연기대상 수상자들이 늘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 감독님, *** 작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문학상 수상소감에도 그런 패턴이 있더라. 그들의 시작은 언제나 난해하고 비유적이다. 마지막 한 문단에 가서 아주 짧으면서도 난해한 느낌을 주는 말들로 **에게 감사한다고 말한다. 박사 논문 앞에 들어가는 서문도 마찬가지다. 읽어보면 그 특유의 공통점이 있다. 아직 박사 논문 한 줄도 안 썼는데 난 벌써 감사의 말을 어떻게 쓸까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2008년이다. 올 한 해의 소망은 딱 한 가지이다. 박사 논문을 완전히 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 끝내자! 여러 분의 새해 소망은 무엇인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comments:

Anonymous said...

주현씨가 쓴 요리법을 읽다보면
침을 꿀꺽하게 되고
꼭 해먹어봐야지..한답니다.
표현이 참 생생한 것 같아요.
^^

열심히 하시니까
올해는 논문도 거의 완성하실꺼에요.
건강하게 2008년 시작하시고,
2008년은 기억에 남는 한 해로
만들어 가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edgehog said...

요리를 제대로 계량해서 할 줄 몰라서 그렇게 밖에 쓸 수가 없는데...생생하게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 싱가폴은 여전히 덥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