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16, 2007

Lucky Girl

어떤 사람들은 경품 추첨을 해서 냉장고까지도 타고 내 동생은 친구와 로또 2등에 당첨이 되기도 하더만, 내 인생 최고의 당첨은 유학 오기 전에 삼성동 마르쉐에서 전동칫솔을 받은 것이었다. 그 외에 자잘하게 '치토스 한 봉지 더' 이런 류의 행운은 몇 번 찾아온 적이 있었다.

지난 주말에 우리 과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각자 음식을 해 가야 했기에 나는 M양에게 배운 김치전을 만들었다. 손바닥만한 김치전을 30개 정도 부쳐서 예쁜 이름표를 만들어 "Kimchi Pancake. 김치전. Kimchi+Onion+Flour. No meat"이라고 적었다. 나 하나 빼고는 모두가 하얀 백인인 이 과에서 사람들이 김치전이라는 것을 봤을 리가 없을 것 같았고 시뻘건 이게 도대체 뭔가 궁금해 할 것 같아서였다. 나에게야 너무 맛있는 김치전이지만 혹시나 맛 없어 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불티나게 잘들 먹더군. 베리 굿을 연발하면서. 으흐흐.

얘기가 다른 데로 새었다. 이 날 파티에서 재미난 선물교환 놀이를 했다. 태평양의 트로브리안드 섬들에서는 쿨라(kula)라는 이름의 선물교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문화 인류학자들이 보고하면서 쿨라라는 특이한 선물교환 제도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류학과 답게 선물교환놀이의 이름은 쿨라라고 붙여졌는데 일단 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모두 선물을 앞에 내 놓고 번호표를 뽑는다. 1번부터 한 사람씩 선물을 열어보는데 이 때 뒷번호를 가진 사람은 앞 사람들이 가지게 된 선물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빼앗을 수 있는 행운(!)이 있는 게임이었다. 빼앗긴 사람은 또 다른 사람 것을 빼앗아 오던가 새 선물을 열면 되었다. 단 첫 사람이 뺏은 선물은 그 라운드에서는 다시 다른 사람이 뺏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런 규칙 하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은 맨 마지막 번호를 가진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나였다! 62번! 그리하여 나는 모든 이들의 선물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젱가(Jenga) 게임을 빼앗어 가지게 되었다.

이미 여기서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입이 찢어져 있던 나는 쿨라 게임 이후에 시작된 다섯 명에게 추첨을 통해 학과에서 선물을 주는 행사에서는 아예 입이 귀에 걸려버렸다. 니나 선생님이 무작위로 이름을 추첨해서 선물을 주는 식이었는데 놀랍게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내가 받은 선물은 자그마치 50불짜리 상품권이었다. 만세!

단 하나의 흠이라면 그 50불이 술 가게(리커 스토어) 상품권이라는 것이다. 나는 맥주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동네 리커 스토어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 맥주는 병 가게(바틀 샵)에 가야 살 수 있고 리커 스토어에서는 와인, 위스키, 소주(!), 꼬냑 등등 이런 것만 판다. 흠냐...뭘 마시지?

7 comments:

Anonymous said...

과 파티에 동양인이 한 명이라... 저희 과 파티는 중국 사람이 반 이상인 분위기라서 좀 재미가 없어요. 대신 공짜 음식이 매우 푸짐하게 나와서 먹는 재미로 가지요..ㅋㅋ

Anonymous said...

우와~ 진짜 'lucky girl'이네요.
전 치토스 하나도 당첨이 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쿨라라는 거, 제가 일하던 오피스에서도
크리스마스 선물 나누어 갖는 게임이었어요.
그게 그런 유래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저라면 디저트 와인 사서 마시겠어요.
그냥 와인보다 달짝지근하니
적당히 마시기 좋더라구요. ^^

Unknown said...

주현아, 여기는 눈이 많이 왔는데 거기는 더 많이 왔을텐데 춥지는 않니? 이렇게 추운거 처음일텐데 잠바 꼭꼭 잠그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

hedgehog said...

*중국 사람 많으면 맛있는 것 많겠네요!! 우리 파티에는 샐러드만 네 접시였어요. 흑흑.

*언니~저 정말 lucky girl이었지요? 히히. 아이스 와인 비싸던데 이 김에 한 병 사 볼까요? ^^

*가영아~여기는 왜 눈이 절대 안 녹을까?!
그래도 눈을 잘 치워놓아서 다니기는 어렵지 않아서 좋아. 너도 따뜻하게!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안 되지~

Psyched said...

ㅋㅋㅋㅋ 50불짜리 술상품권이라니! 겨울내내 주당이되어있는건 아니야? 레드와인을 사서 공부다하고 잘때 한잔씩 마시고 자는걸 추천한다! 혹은 미팅전에 한잔씩 거하게 하고 교수만나러 가는것도 괜찮을듯..나 대학원들어와서 초기에 학과냉장고에 맥주가 있길래 그거 마시고 티에이하러 들어간거 알아? ㅋㅋㅋㅋㅋㅋ 지금 이야기하니까 애들이 막 미쳤다고 그러는데, 그때는 더워서 마신거였는데..-,.-a..요즘엔 또 왜 안보이냐. 어디간거시냐?

Unknown said...

아. 김치전 먹고 싶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 비싼 김치로 전을 만드는 것은 약간 아까울 듯 해서 아직 시도를 못 하고 있어요. 암튼

해피 크리스마스! 럭키 뉴 이어!

hedgehog said...

*닥터 박-난 여전히 여기 가만히 잘 있다네. 단지 요즘 메신저를 켜다가 컴퓨터가 자꾸 느려져서 접속을 자제하는 중이지. 나 예전에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데 너무 떨려서 맥주 한 캔을 원샷하고 했었지. ㅎㅎ 좋더만?! 엉터리 영어가 막 술술 나오고 하나도 안 떨리고 틀려도 챙피하지도 않고. 효과 만점이라고 생각해. ㅎㅎ

*재윤 오빠-여기 김치도 비싸서 김치를 최대한 조금만 넣은 후에 부침가루와 물로 승부를 본다는...그 이야기를 제가 안 했군요. 흐흐. 영국은 김치가 더 비쌀 것 같으니 김치를 더 조금 넣으시고 양파나 뭐 이런 걸로 해 보시면 어떨까요? ^^